피 속에서 핀 피안화 14

제 4화 : 숨바꼭질

피안화라는 꽃의 줄기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생각과는 달리 꽃의 줄기는 쉽게 뜯겼다. 역시 평범한 꽃이 아니었던 듯 내 손에 있던 그것은 불이 붙은 것처럼 갑자기 화륵하고 타올랐다. 뜨겁지는 않았지만, 깜짝 놀라 그 꽃을 바닥에 내던졌다. 내 손에서 떨어진 꽃은 몇 초간 타오르다 붉은 입자로 분해되었다. 불에 타느라 생긴 듯한 연기와 분해된 입자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제 되었냐며 소년 귀신을 향해 돌아본 순간이었다. “…나는, …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소년 귀신의 목소리가 아닌, 성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창문을 두들기던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빗줄기가 정지해있었다. 나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시간이 멈춘 거였다. 눈앞이 순식간에 어떤 사람이 보고 있는 장면으..

제 3화 : 소년 귀신과 피안화

서로 붙어있는 이 두 방은 그 남매의 방인 것 같았다. 이 집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지만, 뭔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방안은 빗소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문고리를 잡으려고 했다. 문고리가 있을 부분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내 손은 허공에서 맴돌 뿐이었다. 이상해서 확인해보자 손잡이가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래되어서 부서진 건가? 아까 그 방은 멀쩡한 것 같았는데.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손가락으로 문을 조심스레 밀었다. 문은 힘없이 열렸다.  생각보다 쉽게 열려 잠깐 멈칫했다. 설마 안에 귀신같은 게 있는 건 아니겠지. 나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조심스레 방안으로 한 발을 넣었다. 한 발을 내디딘 그 순간이었다. 때마침 번개가 치면서 방안이..

제 2화 : 처녀귀신

문을 열고 들어간 건물의 내부는 말끔했던 건물 외부하고는 조금 달랐다. 방치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증명하듯 발자국 없이 뿌옇게 쌓여있었고, 모서리나 가구 군데군데에는 거미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해져 오는 살해당한 남매 이야기가 사실인 듯, 먼지로 인해 매캐한 냄새 사이로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외관과는 달리 생각보다 넓은 내부에 감탄했다. 나는 현관의 문을 열어 둔 채로 손전등 불빛을 이리저리 움직여 집안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현관의 바로 앞은 거실인 듯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현관 바로 앞에 가족사진처럼 보이는 액자가 깨져있었다. 사진이 오래되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아마 소문 속의 그 남매와 부모의 사진일 것이다. 그 액자를 발견한 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집안으로 깊숙이..

제 1화 : 숲속의 흉가

“하루야, 절대 숲속에 있는 흉가에는 가지 마라.”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귀신이라던가 미신 등에 관심이 많았다. 방안에 각종 자료를 쌓아놓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 나의 모습이 어머니께서는 달갑지 않으셨는지 종종 내 자료들을 버리곤 하셨다. 특히, 그 흉가에 대한 자료라면 불에 태워 없애버리기까지 하셨다.  숲속의 흉가에 가지 말라는 이유는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이 연달아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00년 전 그 집에 살던 어린 남매 둘이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중 여동생의 경우, 현관 바로 앞에서 수십 차례 칼에 찔린 채로 죽어있었고 집 안 여기저기에서 그녀의 유혈이 발견되었단다. 그 남매의 부모님은 오래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