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화라는 꽃의 줄기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생각과는 달리 꽃의 줄기는 쉽게 뜯겼다. 역시 평범한 꽃이 아니었던 듯 내 손에 있던 그것은 불이 붙은 것처럼 갑자기 화륵하고 타올랐다. 뜨겁지는 않았지만, 깜짝 놀라 그 꽃을 바닥에 내던졌다. 내 손에서 떨어진 꽃은 몇 초간 타오르다 붉은 입자로 분해되었다. 불에 타느라 생긴 듯한 연기와 분해된 입자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제 되었냐며 소년 귀신을 향해 돌아본 순간이었다. “…나는, …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소년 귀신의 목소리가 아닌, 성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창문을 두들기던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빗줄기가 정지해있었다. 나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시간이 멈춘 거였다. 눈앞이 순식간에 어떤 사람이 보고 있는 장면으..